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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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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차원의 미니멀리즘, 질샌더
한결같은 질샌더의 철학이 빛나는 현재와 미래
2020-02-17

 

정교한 테일러링과 절제된 실루엣, 담담한 색채로 미니멀함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브랜드 질샌더.

1968년 독일의 패션 디자이너 하이드마리 질라인 질샌더에 의해 시작된 질샌더의 한결같은 모습은 30년이 지난 지금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1975년 파리에서 처음 선보인 질샌더 컬렉션은 지금의 브랜드 명성과는 달리 참혹한 실패로 시작했다.

화려한 색채와 사치스러운 디자인이 넘치는 1970년대 파리 패션계에서 질샌더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이었던 것.

 

디테일보다는 원단의 퀄리티에 중점을 둔 그녀의 미니멀리즘 컬렉션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가 1990년대가 되면서 서서히 그 진가를 인정받게 되었다.

‘럭셔리한 미니멀리즘’으로 분류된 질샌더의 세계는 고위 임원이나 CEO같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엘리트 여성들을 위한 룩으로 인식되었다.

정밀하게 재단된 슈트와 블라우스, 몸에 딱 맞게 피트되는 코트와 같은 테일러드 아이템들이 여성들의 자존감을 높여주었고,

그레이, 베이지, 블랙, 화이트의 무채색 계열을 사용해 아이템들끼리 쉽게 코디할 수 있었다.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독일 출신의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나 듯 질샌더의 디자인은 1920년대 독일의 바우하우스 건축과 종종 비교가 되었다.

 디자이너 자신의 성격에 대해 고집이 있다고 말하는 부분 역시 높은 품질의 섬세한 원단 선택과 재단에 있어 심플함을 강조하는 점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런 브랜드의 일관된 브랜드 철학으로 마니아층이 생겨났고 더 이상 작은 패션 하우스가 아니게 되면서 1999년엔 프라다 그룹에서 질샌더를 인수하게 되었다.


여기서 잠시 브랜드의 혼돈의 시기가 찾아온다.

생산과 이윤 창출을 위해 표준 사이즈 도입과 디자인의 변화를 원한 프라다그룹의 니즈와 전통적인 디자인을 완고하게 고집하는 디자이너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면서

질샌더 본인이 브랜드를 떠나게 되었고, 결국 정체성을 잃은 브랜드는 하락세를 맞이하게 된다. 

 


다행히도 2005년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되면서 질샌더의 미니멀한 정신을 모던하게 재해석했고,
다시 패션계의 중심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특유의 간결함으로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에 매 시즌 새로운 컬러 믹스 매치를 통해 우아함과 부드러운 무드를 더했고,
브랜드의 정신은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트렌디함을 잃지 않으며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대부분 ‘질샌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모두 라프  시몬스의 손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브랜드를 황금기로 이끌었다.
무려 7년간 질샌더를 이끌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컬렉션을 선보이며 강한 애정을 보였다.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 2012년 F/W 컬렉션은 미니멀 로맨티시즘의 절정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런웨이에서 눈물을 흘리며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펼쳐졌다.

 

현재는 2017년에 새롭게 임명된 디렉터 루크 마이어 부부의 손에서 맡겨져 한발 더 나아간 미니멀리즘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트리트 브랜드의 시초와 같은 슈프림에서 8년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고,
차기 럭셔리 스트리트 웨어로 손꼽히는 OAMC의 설립자인 루크 마이어와 루이비통, 발렌시아가, 디올 등에서 실력을 쌓아온 그의 아내 루시 마이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부부 디렉터의 영입으로 질샌더의 행보에 궁금증이 더해졌다.
그들의 손을 거친 2018년 S/S 컬렉션은 역동적인 미니멀리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부 디렉터의 지속적인 협업으로 질샌더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심미성에 새로운 정체적인 ‘이중성’이라는 키워드를 부여해 남성성과 여성성,
융합과 격식을 갖춘 캐주얼함, 군더더기 없이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대비되는 디자인 요소들을 나열했다.
흠잡을 데 없는 화이트 셔츠부터 구조적인 디자인의 재킷과 액세서리까지 디자인 곳곳에 부부의 감각을 담아 장르의 확장을 이루어냈다.


한편, 작년에는 도시 밖에서의 삶을 주제로 한 ‘질샌더+’컬렉션을 기획해 한층 활동적인 질샌더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년시절 스키와 등산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던 부부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질샌더+는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멋은 유지하고 아웃도어 활동에 초점을 맞춰 실용성을 더한 라인이다.
특히 기능주의의 메시지를 담아 매킨토시와의 협업을 진행했고, 맥킨토시 원단으로 제작한 아이템을 공개했다.
또한 데님으로 제작된 재킷과 점프슈트를 포함한 캡슐 컬렉션과 부츠, 슬리퍼, 담요까지 함께 선보이며 질샌더가 추구하는 도시 밖에서의 삶을 그려나갔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드는 새로운 시즌은 시칠리아의 팔레르모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경과 도시의 질감, 빛과 그늘,

자연과 인간 등 서로 다른 요소 둘이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곳에서 영감을 받았다.

 

‘상반된 것들의 조화’를 메인 키워드로 특별한 장치 없이 도시의 정취를 담은 캠페인을 공개했고,

런웨이에서는 부드러운 소재와 날카로운 재단을 통한 시그니처 재킷을 시작으로 질샌더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태슬 장식의 스카프나 구조적인 디자인의 이어링,

강렬한 마블 프린트도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사이키델릭 아트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실크 드레스와 블라우스에 적용되면서

예술적 감각이 남다른 부부의 취향이 적절히 더해졌다.

 

브랜드가 주는 절제의 미학과는 달리 내적으로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창립자의 한결같은 고집과 아이덴티티를 이어가면서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진화한 형태로 나아가는 질샌더.

앞으로도 럭셔리한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한층 트렌디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